끄적끄적 일상여행

맑은날 북촌나들이, 삼청동 카페 차마시는뜰 추천

녜이첼 2021. 10. 18. 20:12

안녕하세요! 날씨가 주말부터 급작스레 추워졌죠 ㅠㅠ 평년보다 갑자기 추워진 거라고 하네요. 게으른 저는 9월 말에 다녀온 북촌 나들이 글을 이제야 쓰는데요ㅋㅋㅋㅋ 이날 걷다가 좀 더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불과 보름 만에 겨울옷을 꺼내 입게 되었네요? 지난주에 반팔 입고 밖에 돌아다녔는데 가을을 좋아하는 저는 너무 슬프네요...

 

중학교 동창 친구랑 정말 거의 2년 만에 북촌에서 만나서 하루 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 날 날씨도 너무 좋고 다녀온 카페도 마음에 들어서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어요. 바로 삼청동에 있는 카페(?) 차마시는뜰입니다. 사실 저는 커피를 마시러 다니지 찻집은 별로 가본 기억이 없는데요, 이 날 만난 친구가 비건이라 어쩌다 보니 찻집엘 가게 되었어요.

 

점심도 북촌 비건 맛집을 검색해서 갔는데 너어무, 너어어어어어어무 배고파서 무슨 에피타이저만 먹고 나온 줄ㅋㅋㅋㅋㅋ 그래서 도저히 추천해드릴 수가 없구요ㅎㅎ 어딘지 상호는 밝히기가 좀 그렇고 궁금하신 분들은 비댓을 달아주세요ㅋㅋㅋ

 

뭐 어쨌든 저희가 점심 먹고 너무 배고파서 밥을 또 먹자니 뭔가 그렇고, 친구가 비건이다 보니 선택지도 많지 않아서 좀 고민하다가 삼청동에 유명한 팥죽집엘 갔어요.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들어보신 분들 많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 여기 식당 이름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나서 서울에서 둘째로 잘하는 집, 서울서 두 번째로 잘하는 집 등등 검색하다가 찾았네요ㅎㅎ

 

점심 먹은 식당에서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에 걸어가는 길이에요. 빠르게 가기보다는 천천히 경치를 구경하며 걸었어요. 아마 좀 돌아갔을지도 모르지만 날씨가 너무 좋고 높고 탁-트인곳에 올라오니 기분이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게 헤헤 거리며 걸었답니다. 정말 약속 장소를 북촌 한옥마을로 고르길 너무 잘했다며, 친구랑 여행 온듯한 기분을 만끽하며 걸었어요.

 

걷다 보니 너무너무 허기진데 드디어 도착! 사실 저는 팥죽은 거의 사 먹어본 기억이 없고 어릴 때 집에서 할머니나 엄마가 끓여주신 기억이 대부분인데요, 여기가 워낙 유명한 팥죽집이라 기대가 많이 됐습니다.

 

식당 안쪽에 분리되어 있는 공간의 모습입니다. 조용하긴 한데 좀 답답해서 그런지 이쪽에 앉는 손님은 없고 복작거리는데도 다들 카운터 쪽에 앉더라구요. 저희도 바깥쪽에 앉았습니다.

 

카운터 쪽 가까운 테이블 벽면이 이렇게 한지를 찣어붙인건지 참 예쁘더라구요. 의미는 알 수 없는 저 액자들과 아주 잘 어울리며 독특한 분위기였어요. 이 자리가 마음에 들어 바로 착석했습니다. 

 

메뉴는 심플합니다. 단팥죽, 쌍화탕, 수정과, 생강 대추차, 식혜. 그러니까 단팥죽 빼고는 다 전통음료네요. 저희는 당연히 단팥죽 두 개를 시켰습니다. 기다리는데 가게 안에 수정과 냄새가 진동하더라구요.

 

단팥죽은 이런 모습입니다. 곱게 덩어리 없이 간 팥죽에 커다란 새알심 하나, 찐 밤, 삶은 팥, 은행을 얹어줍니다. 양이 많아 보이진 않고 식사보다는 살짝 간식 같은 느낌입니다. 식사와 간식의 중간 양이랄까요? 그런데 먹다 보니 꽤 배부르고 이 포만감이 오래가서 친구랑 저녁때까지 배가 안 고프더라고요ㅋㅋㅋㅋ 마치 새알심이 뱃속에서 불어 터지는 느낌ㅋㅋㅋㅋㅋ

 

팥죽은 제 입맛엔 좀 달았어요. 제가 기억하는 집에서 먹던 팥죽은 새알심, 콩, 팥 등을 넣기도 했고 쌀알을 잔뜩 넣어 먹기도 했고, 또 달지 않게 만든 다음 입맛에 맞게 설탕과 소금을 쳐서 먹는 거였는데요. 이곳의 팥죽은 정말 곱고 꽤 많이 달달한 편입니다. 또 새알심이 제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주욱 늘어나는, 마치 갓 나온 인절미 반죽 같은 느낌입니다. 크기도 엄청나고요. 팥죽이 좀 달아서 팥죽을 먹으면서 새알심과 밤을 조금씩 떼어 같이 먹으니 좀 덜 달아서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맛은 참 좋았는데 단 걸 싫어하는 저에겐 너무 달았고, 좀 연세 있으신 어르신들 모시고 가면 딱 좋아하실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그래도 배고파서 그런지 한 그릇 다 비웠네요 ㅎㅎ 밥을 먹었으니 이제 차를 마시러 가야겠죠?

 

찻집에 가는 길도 왜 이리 예쁜지 핸드폰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게 되더라구요. 이 예쁜 가을을 이날 가득 만끽해서 겨울이 오는 게 조금이나마 덜 아쉽게 느껴집니다. 집에서 가까웠다면 정말 자주 갔을 것 같은 너무 예쁜 북촌입니다.

 

좀 걷다 보니 도착한 차마시는뜰. 입구는 이렇게 생겼구요, 블루리본 서베이가 보이네요? 모르고 왔는데 저게 보이니 좀 안심이 됩니다.

 

들어오자마자 왼쪽을 보면 이렇게 작은 마당이 보이는데요, 너무 예쁘네요. 사진이 한옥과 정원, 날씨를 다 담아내지 못해서 참 아쉬운 마음입니다. 실제로 보면 훨씬 더 고즈넉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듭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약간 ㅁ자 구조로 되어있는데 여기가 너무 예뻐서 친구도 저도 정말 한참 바라본 것 같아요. 이 날처럼 날씨가 좋은 날도 예쁘지만 비가 와도 참 분위기 있을 것 같네요.

 

어디 앉을지 고민하다가 일단 신발을 벗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카운터가 있더라구요. 직원분들이 편한 자리에 앉으라고 안내해주셨고 메뉴판도 가져다주셨습니다. 혹시 외국인 친구를 데려오신다면 입식 자리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가게 입구 쪽에 입식 자리가 조금 있구요, 입식이지만 신발은 벗고 들어간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외국인 친구를 데려가기에 참 좋은 전통찻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구조상 한여름 폭염에는 좀 더울 것 같고 그보다는 봄가을에 오는 것이 좋겠네요. 아니면 겨울에 눈이 내려도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이곳의 메뉴입니다. 네, 가격이 사악하죠ㅎㅎ 차 한잔에 7,000~23,000원이라니, 빙수가 만원인 게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일 지경이죠? 저희는 미리 가격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왔기에 별 상관은 없었습니다. 여기는 셀프서비스가 아니고 메뉴판도 가져다주시고 주문도 자리에서 하고 메뉴도 다 가져다주는 시스템입니다. 또 직원분들이 굉장히 친절하시더라구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고 또 요즘 관광지나 교외로 나가면 음료 가격이 칠팔천원은 기본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저는 시원한 게 마시고 싶어 오미자차를, 친구는 쌍화탕을 시켰습니다. 팥죽 먹은 게 아직도 배가 불러 떡도 시키고 싶었는데 참았어요. 다른 테이블을 보니 단호박 시루떡을 많이 먹더라구요.

 

제가 주문한 오미자차! 사진으로 보면 그냥 적당한 사이즈 같지만 사실 저 컵이 진짜 대접만했어요ㅋㅋㅋㅋ 절로 공손히 두 손으로 잡고 먹을 수밖에 없는 무게와 크기였네요ㅋㅋㅋㅋ위에 귀여운 하트 얼음을 하나 띄워서 줍니다. 맛은 무난한 그냥 오미자차였어요. 새콤하고 살짝 달콤하고 뭐 그런 맛이죠. 더운 날 시원하게 먹기 좋았어요.

 

친구가 시킨 쌍화탕은 뚜껑을 열자마자 으른의 맛인걸 딱 알 수 있었어요. 한약 냄새가..ㅋㅋㅋㅋㅋ 사실 저는 쌍화차를 찻집에서 마셔본 적이 없고 약국에서 파는 그 쌍화탕밖에 안 먹어봤는데요, 친구가 한입 먹어보래서 맛보니까 와 진짜 한약 맛이더라구요! 하나도 안 달고 어릴 때 먹던 보약보다 덜 달고 쓴맛도 좀 덜한? 그런 맛이었습니다. 친구도 내가 생각한 맛이 아니라며ㅋㅋㅋㅋ 처음엔 곤욕스러워하더니 나중엔 마실만 하다고 다 마시더라고요. 다른 음료나 떡은 안 먹어봤지만 음료를 특별히 기대하고 갈만한 곳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마시는뜰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분위기와 경치죠ㅎㅎ 한옥만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나도 나중에 나이 들면 이렇게 집 짓고 살면 어떨까 절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분위기가 워낙 편안하고 좋아서 친구랑도 정말 편안하게 이야기하다 올 수 있었네요. 또 직원분들도 다들 정말 친절하시구요. 저희가 햇빛이 얼굴에 많이 들어서 자리를 이동해도 되는지 물어보니 아무 데나 편하신 데로 옮기라고 하시면서 음료도 저희가 들고 가려는데 직접 옮겨주시더라구요. 저는 남자 친구랑 또는 부모님이랑 재방문의사가 있습니다. 가격표는 안 보여드리는 게 좋겠지만요ㅋㅋㅋㅋㅋ 삼청동 오신 김에 맛집도 들르고 근처 산책도 하면 참 좋은 코스가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주말에는 좀 웨이팅이 걸리는 편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토요일 오후 3시쯤 갔는데 운 좋게 자리가 꽤 많았거든요. 이 점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차마시는뜰

주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11나길 26(안국역 1번출구에서 도보 12분)

영업시간: 월요일 휴무, 화-일 12:00~21:00

주차: 없음